
대전 맛집 여행기: 성심당부터 중앙시장까지 먹방로드
대전은 성심당으로 대표되는 빵 도시이자, 중앙시장과 대전역 주변의 다양한 먹거리가 공존하는 미식 여행지입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대전에서 직접 맛본 빵, 시장 음식, 지역 대표 맛집을 따라가며 맛으로 기억되는 여행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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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 대전역과 성심당 본점의 유혹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약 1시간 만에 도착하는 대전역. 기차 밖으로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성심당이었습니다. ‘대전 = 성심당’이라는 공식은 이미 여행자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습니다.
본점 앞에는 평일임에도 긴 줄이 늘어서 있었고, 갓 구운 빵 냄새가 골목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 손에는 당연하다는듯 빵 쇼핑백을 들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지요. 저 역시 줄을 서서 따끈한 튀김소보로를 맛보았습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단팥이 가득 들어 있어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왜 전국 사람들이 대전까지 와서 이 빵을 찾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성심당은 빵만 파는 곳이 아닙니다. 케이크, 디저트, 샌드위치, 파이 등 다양한 종류의 빵들이 진열장을 가득 메우고 있어 여행자의 발걸음을 붙잡습니다. 본점은 그야말로 대전 여행의 시작이자 상징 같은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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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앙시장, 시장 골목의 소울푸드
대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명소는 중앙시장입니다. 대전역에서 도보로 10분 남짓 거리에 있어 성심당과 함께 묶어 방문하시기 좋습니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튀김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습니다. 닭강정 가게 앞은 사람들로 붐볐고, 튀김 골목에서는 김말이, 오징어, 고구마 튀김이 노릇노릇 튀겨져 나왔습니다. 1천 원, 2천 원 단위로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간식들은 부담 없는 가격에 입은 행복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중앙시장에서 유명한 것은 칼국수 골목입니다. 허름한 가게 안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저 역시 좁은 자리에 앉아 따끈한 칼국수를 주문했습니다. 면은 손으로 뽑은 듯 굵직했고, 국물은 멸치와 다시마의 깊은 맛이 배어 있어 소박하면서도 진한 맛이었습니다. 함께 나온 겉절이 김치는 칼국수의 구수함을 더욱 살려주었습니다.
시장 안쪽에는 순대와 국밥집도 많았습니다. 특히 돼지머리 고기와 함께 나오는 순대국밥은 추운 계절에 드시면 최고의 한 끼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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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하면 떠오르는 또 다른 맛, 두부 두루치기
대전에는 다른 도시에서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향토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두부 두루치기입니다. 두부와 김치, 채소를 매콤하게 볶아내는 음식으로, 얼큰하면서도 담백한 매력이 있습니다.
중리동과 은행동 일대에는 오래된 두부 두루치기 전문점들이 모여 있습니다. 식당에 들어서면 커다란 철판 위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두부 두루치기 냄새가 가득합니다. 흰 쌀밥과 함께 드시면 숟가락이 멈추지 않습니다. 얼큰한 국물이 해장에도 좋고, 가볍게 술안주로도 잘 어울립니다.
이 음식은 대전 시민들에게는 흔한 메뉴지만, 외지인들에게는 ‘대전에 오면 꼭 먹어야 할 로컬푸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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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거리, 대전의 달콤한 오후
맛집 탐방만큼 중요한 것은 여행 중 쉬어갈 수 있는 카페입니다. 대전에는 개성 있는 카페 거리가 많습니다. 특히 은행동과 으능정이 거리 주변에는 젊은 감각의 카페들이 모여 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저는 디저트 카페에 들러 ‘대전식 티라미수’를 맛보았습니다. 에스프레소가 진하게 배어 있는 부드러운 케이크는 시장 음식을 잔뜩 먹고 난 뒤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습니다. 카페 내부 인테리어는 따뜻하고 세련되어, 여행 중 사진을 찍기에도 좋았습니다.
최근에는 대전역 근처에도 뉴트로 감성을 살린 카페들이 많이 생겨, 빵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디저트 여행지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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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안 숨은 맛집 탐방
대전의 진짜 매력은 대로변보다는 골목에 숨어 있습니다. 구도심 골목길을 걷다 보면 작은 국밥집, 해장국집, 분식집이 눈에 띕니다.
한 곳은 30년 넘게 이어져 온 콩나물국밥집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문을 여는 이 집은 대전 시민들의 속풀이 장소로 유명합니다. 맑은 국물에 아삭한 콩나물이 듬뿍 들어가 있어 숟가락질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가격도 부담 없고 푸짐해 여행 중 한 끼로 제격이었습니다.
또 다른 골목에서는 닭볶음탕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발견했습니다. 고춧가루 양념이 잘 밴 닭고기와 감자, 당면이 어우러진 맛은 얼큰하면서도 깊은 풍미를 자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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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마무리, 야식과 소주 한 잔
대전 여행의 마지막은 소박한 야식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숙소 근처 포장마차에서 파는 어묵 국물 한 그릇과 소주 한 잔. 대전의 밤 공기와 어울려 그 순간만큼은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여행의 여운을 남겼습니다.
대전은 단순히 과학의 도시가 아니라, ‘먹고 즐기고 나누는’ 인간적인 매력을 가진 도시였습니다. 서울이나 부산처럼 대도시의 화려함은 없지만, 그 대신 소박하고 푸근한 맛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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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맛으로 기억되는 도시 대전
이번 대전 여행은 온전히 맛을 따라가는 여정이었습니다. 성심당의 빵, 중앙시장의 칼국수, 골목의 순대국밥, 두부두루치기와 닭볶음탕까지. 모든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이 도시가 가진 정서와 문화를 담고 있었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대전역에서 다시 한번 성심당 빵을 사서 기차에 올랐습니다. 그 빵을 한입 베어 물며 다음엔 어떤 방을 사볼까 하는 기대감으로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습니다.